인문∙창작 클럽 (11) 자카르타에는 인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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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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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는 인작이 있다
박정자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류는 존재의 의미와 삶의 길을 알고자 했으며
그러한 근원적 질문과 고뇌를 밝히려는 치열한 탐구들은
인문학의 기원과 맞닿아 있다, 인문학은
존재에서 삶으로 이어지는 길 위의 이정표가 되어
인류의 문화와 문명으로 발현되고 있다
신학이 신앙인의 삶과 진리를 앞서서 인도하는 소명이라면
인문학은 인류역사의 경전, 미래좌표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신학이 신의 지문이라면 인문학은 인류의 지문이라 해도 좋으리라
현대에 이르러 인문학의 사회적 역할은 한층 적극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인문적 잠재성이야말로
상상력의 원천이며 상상의 산물을 쏘아 올리는 추진력이기 때문이다
이제 인문학은 모든 분야, 모든 개인에게 변화의 바람이다
그 바람은 인간이 단지 시간노동자나 이기적인 유전자에 바쳐진 고깃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서 구체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100세시대, 나아가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과학이 이렇게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그 방향은? 우리는 잘 가고 있는가
아직 미지의 시대인 그 곳을 향해 희망과 불안의 두 목소리가 묻는다
이 질문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기대이면서
또 한편 매우 절박한 우려를 담고 있다
과학이 문명의 날개가 되어 마냥 앞으로 나아가는 속성이라면
인문학의 가치 척도는 목적지로 안내하는 깃발이 될 것이다
과학의 방향키로써 인문학이 자기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인문학과 과학이 공조한 미래는 분명 장밋빛 현실로 열릴 것이다
그것이 인문학의 길이다
그 순간은 인류의 아주 오래된 질문과 고뇌에 대한 답일 것이며
깜깜한 지하에서 길어 올린 인류의 꿈을 손에 쥔 만족일 것이며
마침내 도착하는 인류의 이상향일 것이다
어쩌면 신의 지문과 인간의 지문이 하나로 겹쳐지는 순간일 것이다
그것이 현대인류가 가야 할 길이다
자카르타에는 인문학의 길을 여행하는 인작(인문창작클럽)이 있다
거기서 인문학은 전공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칸막이에 갇혀있던 각각의 분야를 하나의 테이블 위에 풀어놓고
시와 역사와 과학과 경제가 공존하는 일상의 얘깃거리를
공통의 기호를 즐긴다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화학반응처럼 우연처럼 끓어오르는 변화의 새 방정식을
읽고
쓰고
나눈다
(사진 : 조현영 / manzizak )
*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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