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2)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시대에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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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시대에 살기
조연숙
스마트폰과 스타벅스 그리고 무인자동화기기
스타벅스에 앉아 스마트폰으로6 뉴스를 검색해 읽는다. 공항에서 자동탑승권발권기기(셀프 체크인 키오스크)에서 탑승권을 발급하고 자동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한다. 푸드코트에서 무인주문시스템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주차장, 영화관, 지하철역에서는 무인티켓발권기를 이용하고, 은행에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한다. 온라인숍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인터넷뱅킹이나 핀테크로 결제하면 택배회사를 통해 집으로 배달된다. 스마트홈 앱을 깔았더니 세탁기 작동이 끝나면 스마트폰을 통해 알림이 온다. 생산 분야에서도 설비자동화를 통해 인력과 공정을 줄이고 있다. 최근 내가 체감한 변화들이다.
스마트폰 보급은 뉴스와 정보를 취득하는 수단도 바꾸었다. 일방적으로 뉴스를 공급하는 오프라인 신문이나 텔레비전 방송 대신 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뉴스를 골라본다. 정보와 지식도 도서관에서 책을 찾기 보다 구글과 네이버 검색을 이용한다. 여러 사이트를 검색해 정보를 교차검증하기도 한다. 더 이상 언론사가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뉴스와 인쇄된 책조차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검색해서 오류를 확인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린다. 최근 1~2년 사이에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 신문과 방송국 뉴스에 대한 반발은 좁게는 언론의 공정성을 촉구하는 움직임이지만 넓게는 기존 언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이 보고 싶은 정보와 뉴스만 찾아서 보기 때문에 편향성이 더 심화될 위험이 있다.
무인자동화기기들이 빠르게 많은 분야에 보급되고 있다. ATM이 1979년 조흥은행 명동지점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지금처럼 무인자동화기기와 함께 하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960년대 영화에 나오던 경쾌한 타자기 소리를 내던 타이피스트는 프린터에 밀려났고, 주판을 들고 숫자를 다루던 계산원도 전자계산기에 밀려났다. 사환이 하던 일은 커피머신과 전기주전자, 진공청소기, 1회용 티슈가 대신한다. ATM, 폰뱅킹, 인터넷뱅킹, 핀테크 등이 은행원을 대신하고 있다. 인천공항 출입국심사대 내국인 줄에는 심사관 없이 안내자만 있다.
이제 웬만한 일은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 최근 경기침체와 인건비 상승보다 자동화가 일자리가 줄이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무인자동화기기는 계속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을 무인운영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드론과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한 무인배달시스템도 계속 시도되고 있다.
작아지는 내 공간, 넓어지는 우리 공간
오피스 공유 서비스 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1인 기업이 증가하고 자동화기기 보급에 따라 고용인원이 감소하면서 오피스 규모가 작아지거나 아예 오피스 공유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자카르타 교통정체와 도시화에 따라 1인 가구 또는 부모와 자식만 사는 핵가족이 증가하고 아파트 공급과 수요도 늘고 있다. 아파트 로비에서 보면 예전처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카르타에서는 온라인 자동차 호출 앱인 고젝, 우버, 그랩 그리고 온라인 숙박시설 예약 앱인 에어비앤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내 주변에는 인도네시아인과 한국인 모두 우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카르타에 정기적으로 출장을 오는 지인이 지난 10월 방문 때는 택시 수가 줄었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는 그 동안 호텔을 쓰다가 이번에 에어비엔비를 이용했는데 확실히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나 자취방, 작은 사무실 등 개인이 전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줄어들면서 느슨하게 함께 하는 공간이 늘고 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뿐만 아니라 동네 작은 카페에도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퇴근 후 운동하기 위해 피트니스센터를 찾는 사람도 많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살아남는 방법은 균형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난 나는 여전히 디지털 기기가 어렵다. 컴퓨터 화면보다 종이에 인쇄해서 자료를 읽는 것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그럼에도 웹사이트에서 뉴스와 정보를 검색하고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해 이메일이나 소셜미디어로 보내고, 밴드로 물건을 주문하고 항공사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항공권을 예매를 할 수밖에 없다. 어떤 때는 컴퓨터 화면만 봐도 울렁거린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밴드 등 소셜네트워크에는 정보와 뉴스가 넘쳐난다. 정확한 정보도 있고 가짜뉴스도 있다. 공정한 뉴스도 있고 편향된 뉴스도 있다. 소셜네트워크 홍보를 보고 구입한 물건에 만족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문해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 무렵 빈 몸으로 바람을 느끼며 걷는다. 종이책 읽는 시간을 늘리려고 스마트폰을 놓고 책만 들고 카페에 가기도 한다. 사람들과 만나서 토론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음식을 만들어 먹고 청소와 빨래를 하려면 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살아남기 위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사진= 조현영 /manzizak )
*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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