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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19) 도서관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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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539회 작성일 2018-01-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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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살아있다
 
이연주
 
2000년대 초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방송 중 하나가 “느낌표!”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그 열풍으로 각 가정의 거실은 서재화 되었고, 그 방송에 채택 된 목록은 스테디셀러가 되어 작가의 여생을 책임지는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그 방송에 나왔던 동화책들은 아이들의 필독서가 되고 교과서에도 실리게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인들의 독서량이 느는 듯 했지만 방송이 끝난 후 잔상은 베스트셀러에만 머물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거실을 서재화’라는 슬로건은 세대와 계층간의 큰 격차를 보여줬다.
 
2000년대 중반을 들어서며 독서는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시작은 책 읽고 토론하는 사회단체들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 학교 또는 도서관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기 활동을 시작하며 함께 읽기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 갔다. 이는 2007년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성인들까지 확산되었으며, 현재 여러 대형서점에서도 낭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다수가 신간 홍보 행사라는 것은 인정한다)
 
이 시기에 시작된 또 다른 운동이 ‘기적의 도서관’ 운동이다. 조용히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독서실 개념의 공간이 아닌 찾아가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화를 가진 것이다. 하지만 초기 기적의 도서관은 공간적으로 도서관의 기능을 하기에 적합하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다. 서가의 기능이라든지, 이용객의 동선을 고려하지 못한 그냥 예쁜 공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또한 도서관의 기능을 단순히 바라본 것이 잘못이었다. 도서관은 이제 책을 읽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문제집을 풀고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독서실은 더욱 아니다. 예쁘게 만들어 놓았다고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 또한 당연히 아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도서관은 변화를 가졌다. 도서관 건물 안에서 그룹활동이 가능해졌고 정보를 공평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되었다. 인포메이션 커먼스(Information Commons)라고 통칭되는 이 서비스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조용하고 정적인 기존 이미지와 다른 새로운 도서관서비스로 운영되는 방식이다.
 
특히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교육학술 활동을 지원하는 물리적 공간과 다양한 정보자원이다. 게다가 공간을 찾아오는 열람객만을 기다리는 서비스가 아닌 열린 공간으로 찾아가는, 밀폐된 공간을 깨트리는 서비스 방식은 도서관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진화시키고 있다. 작은 콘테이너를 이용하여 소량의 서가를 배치하고 간단한 음료와 함께 독서와 토론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이동하는 북 카페’, 도서관 웹사이트를 통해서 대출을 신청하면 정기적으로 아파트 단지를 돌며 대출반납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북 트럭’ 또는 ‘북 버스’가 그 예이다. 그리고 현재 많은 지역에서 도서관은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도네시아 한인사회 도서관 모습은 어떤가? 해외 한인들의 독서에 대한 어려움은 지난 12월 21일에 본지에 기재 된 김순정 대표의 칼럼에서 언급되었다. 결국 한인들의 독서량은 도서를 공급받을 수 있는 개인의 능력에만 맡겨져야 하는지, 특히 아이들의 도서를 구하는 방법이 이미 폐기되어야 할, 출판일자가 10년이 넘는 책이라도 중고로 돌려가며 읽혀야 하는 고민에 대해 깊은 공감을 가진 칼럼이었다.
(일반적인 도서관 서가관리에서 아동도서는 사회•과학 분야의 경우 초판 일이 10년이 넘으면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져 폐기된다)  
 
고민의 해결을 도서관에서 찾아보기를 제안하고 싶다. 여기 한인들이 현지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도서를 찾기가 서점에서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공간을 좀 더 살려야 한다. 자카르타에 소재하는 한국국제학교(JIKS), 교회, 성당, 여러 한인단체, 그리고 한인회 사무실에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용시간이나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아쉬웠다. 게다가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 또한 수동적, 정적이었다.
 
도서관을 유지하는 방법에서 인력과 비용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당연하다. 수동적, 정적인 기능만 생각한다면 이 모든 투자에 대한 공감이 안될 것이다.
 
현대에서 도서관은 그 사회 구성원의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모태가 되고 있다. 이젠 먹고 사는 경제적 문제 해결이 시급한 시대는 지나갔다. 인문학의 발전이 그 사회 발전 방향의 척도가 되었다. 인문학의 향유는 결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서를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내고, 그룹활동을 통해 공평하게 나누는 토론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도서관이 제공만 해준다면 한인사회의 도서관도 변할 것이다. 새로운 서가의 수혈도 필요하지만, 결국 공간은 사람이 있어야 숨을 쉴 수 있다.
 
도서관을 관리하는 주체에서 일정한 주제를 제안하고 토론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열람시간의 확대와 도서관 이용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할 것이라 본다. 아니, 한인사회에 있는 다양한 그룹이 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놓기만 해도 사람들은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해 낼 것이다. 그렇게 도서관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사진 =해님달님 작은 도서관 책 읽어주기 활동)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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