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25) 유리遊離 - 베트남빌리지, 바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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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遊離 - 베트남빌리지, 바탐
박정자
네 개의 목선이 경사진 언덕에 늘어선 유택 앞에서 출항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벌써 떠나버린 한 개 반은 흔적만 남아있었다 나머지 두 개 반은 제 몸의 부스러기들을 더 헐어내야 떠날 수 있을 것이었다 바로 옆 비탈엔 흙빛으로 누운 이름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목선에 실린 앙상한 몸 위에 몸 위에 몸들이 모르는 섬에 보따리처럼 부려졌던 그날도 오늘처럼 천둥번개 요란했을까 진흙탕 진창에라도 뱃멀미에 뒤틀린 위장을 눕힐 수 있었으니 감사기도를 올렸을까 그래도 아이들은 아직 아이들이라 바나나 넓은 잎 아래로 내달리며 깔깔댔겠지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타고 온 목선을 바다로 밀어버린 젊은이들의 핏대가 그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목숨줄이었겠지 그다지 오래 된 이야기 아니야 그림자마을을 떠도는 낮은 소리가 들렸다
목선이 쿨럭쿨럭 늙은 살을 헐어내고 있었다 그 소리에 몸을 움츠린 종이꽃이 여덟 개 발톱을 더 뾰족하게 더 간절하게 뻗으며 허공에 매달렸다 쿨럭쿨럭 늙은 목선은 헐어낸 제 살을 태워 비 오는 유리의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트피플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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