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35) 산간 벽지 오지의 섬에 희망을- 누사뚱가라 띠무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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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 벽지 오지의 섬에 희망을.
이강현 / INJAK 회장
이번엔 NTT(누사뚱가라 띠무르)에 간다.
인도네시아의 주 가운데 하나로, 서티모르를 포함한 소순다 열도 동쪽에 위치하고 있고 주도는 서티모르에 있는 도시인 쿠팡이며 인구는 5백만명, 면적은 47,876km²이다. 누사틍가라 티무르 주는 약 550여 개에 달하는 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로레스 섬과 숨바 섬 그리고 티모르 섬의 서쪽 부분인 서티모르 3개의 큰 섬이 있다. 참고로 티모르 섬의 동쪽 부분은 독립 국가인 동티모르의 영토이다.
자카르타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발리에서 트렌싯을 하고 NTT에 주도인 쿠팡시(Kupang)에 도착했다. 동티모르, 호주와 해역으로 국경이 맞서는 인니 최남단의 주이다.
쿠팡엔 딜러 방문차 두 번을 방문 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공항에서 3시간 트렌싯해서 플로레스 티무르(Flores Timur) 군 소재지인 "라란뚜까 (Larantuka)"로 간다.
말로만 듣던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플로레스 지역 방문이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기대감에 3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 같다.
"TransNusa"라는 로칼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걸려 "Larantuka"에 도착했다.
이곳은 어떤 곳일까? 구글링을 해보니 16세기 포르투갈 식민지로 카톨릭이 인도네시아에 처음 들어왔던 곳이고 인도네시아에 바티칸이라 불려지는 곳이란다.
역시 인도네시아는 Bhineka Tunggal Ika (다양성 속에 통일)의 나라이다.
도착한 공항은 넓은 활주로나 그럴싸한 공항 건물과는 거리가 먼, 시골의 작은 운동장에 덩그러니 지어진 우리집보다도 작은 건물이 전부인, 내가 가본 인도네시아 공항 중에 제일 작은 아담한 곳이었다.
이젠 숙소를 확인할 차례다. 작년에 빠뿌아에 시골 숙소에서 침대가 너무나 지저분해 꼬박 앉아서 밤을 지샜던 기억으로 약간의 공포감이 밀려온다. 이런! 나름대로 깔끔하고 방에 에어콘과 소형 TV, 온수가 나오는 바닷가 옆에 자리잡은 아담한 숙소, 기대 그 이상이다.
Bupati(군수)와 세라모니를 위해 간단한 샤워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군수 집무실 또한 아주 소박했다. 동네 주민과 군청 직원들이 삼성 현수막으로 치장된 오픈식 행사장으로 모여 들었고 삼성 전자 CSR활동의 일환으로 전기가 들어 오지 않는 지역에 태양광 렌턴 1,500개를 기증하러 왔다는 취지가 소개되고 군수에게 렌턴을 전달하는 사진을 찍은 후 "Nasi Kotak"으로 초대한 손님들과 저녁을 때웠다.
큰 섬이여서 해산물 가득한 저녁을 기대했던 난 너무나도 조촐한 식사에 약간의 실망을 했지만, 이런 소박한 저녁이 오히려 기부하러 온 나에겐 맞는 취지 같다는 생각에 볶은 야채에 묻혀진 작은 멸치 맛으로 해산물을 대신했다.
군청 앞엔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마한 핸드폰 가게가 서너개 자연스레 내 발길을 잡는다. 삼성이 제일 잘 팔린단다. 이 시골 도시에서도...
숙소에 돌아와 밀린 업무를 하고 낯설은 침대에서 애써 잠을 청해 본다.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초 상륙지 "Pulau Solor"
카톨릭과 크리스챤이 대부분인 NTT 지역의 작은 섬이 이슬람 최초 상륙지였다니, 호기심을 안고 "Solor" 섬을 향해 작은 배에 올랐다. 한시간 남짓 걸린단다. 우리가 도착하는 선착장 쪽에는 카톨릭 마을이고 섬에 안쪽으로 들어 가면 대부분이 이슬람지역이지만, 서로간에 종교 갈등 없이 잘 융합해서 지낸다고 한다.
작은 선착장에 배를 정박하니 이 지역에 4대 종족의 족장이 모두 모여 우리 일행을 맞을 특별한 세라모니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 섬에 들어 오려면 일단 준비해 둔 날카로운 전통 무검으로 단 한번에 준비한 대형 화분에 나무줄기를 베어 내고, 이 섬에서 만든 전통 밀주 한컵을 들이 마시고, 전통 담배를 한 개비 피어 물고 전통 과자를 하나 먹어야 한단다. 어설펐지만 시키는 대로 그들의 의식에 맞추어 틀리지 않고 잘 해내었다. 환영 표시인 전통 무사의 강렬한 비트의 춤으로 나를 호위해 준비된 조촐한 식장으로 향했고 건장한 체구에 면장과 태양열 렌턴 전달식을 가졌다. 내가 자카르타에서 만나는 그 어느 장관들보다도 이 시골 오지 섬에 면장의 환영사는 너무 아름답고 정성스러워 한국인으로 처음 방문했을거 같은 이 섬에 한순간에 애정이 듬뿍 실리는 느낌이었다.
밀레니엄 "Ibu kartini"를 만나다
인도네시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제한 송전을 하는 곳이 아직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작년에 빠뿌아에 이어 이 지역을 선택하게 된 건 인니 사회적 기업 "Do'anyam"을 통해서이다.
Do'anyam은 인도네시아어로 anyam은 바구니나 천을 짜다라는 뜻이고 Do'a는 Ibu라는 지방 언어로 바구니를 만드는 여인이란 뜻이란다.
난 Do는 'Let's Do it' 에 줄임말로 '자, 바구니를 만들자' 란 뜻으로 해석했건만...
인도네시아 3명의 젊은 여성이 이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고 그 중 한명이 이쪽 "플로렌스" 지역 출신이어서 이 지역에 여성들에 생활고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 특산물인 야자수 같은 "Pohon Lontar"의 넓은 잎으로 엮어 짜서 전통 바구니를 만드는 가내 수공업 방식을 이 지역 여성들에게 교육 시켜 제작, 국내외로 판매하고 그 이익금을 돌려 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난 이 기업을 3년째 후원해 오고 있고 당연히 전기 공급 사정이 안 좋아 생산성이 떨어지다 보니 우리에게 flores지역에 렌턴을 나누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래서 올해는 이쪽 지역에 지원을 하게 된 것이다.
렌턴 전달식을 마치고 3명의 대표 중 하나인 Ibu Ayu 안내로 마을에 있는 "Do'ayam" 작업실을 둘러 보았다. 동네 아줌마들이 각자 집에서도 작업을 하지만 염색 및 자재가 준비되어있는 공동 작업실이 각 지역마다 있다고 한다. 지역 여성들은 일거리와 경제적인 지원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밝은 미소로 우릴 맞아 주었고 이번에 로마에까지 수출한 제품을 자랑스럽게 보여 주었다.
Ayu는 미시간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비리그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한 수재이다. 그런 그가 3명의 창립자 중에 하나인 중학교 친구 "Hana"의 고향인 Flores 지역에 봉사를 하려 그 어렵다던 미국 체류 비자를 만들어 준 회사를 1년 만에 때려 치우고 고국으로 돌아왔단다.
할아버지는 오래전 지방 관료 출신이고 아버지는 pertamina 주유소를 하고 있어 유복하게 엘리트의 길을 가는 것이 당연할진데, 소외된 지역의 여성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고 생각하고 이 산간 지방에 섬들에 쪽잠을 청하며 오토바이로 돌아다닌다는 이 친구는 얼마 전 하버드대 동문인 남자 친구와 신혼 살림을 시작했고 남편은 자카르타에서 최고 직장인 메켄지 컨설팅에 다닌단다.
인니의 여성 지위 향상에 힘쓰며 민족운동가였던 인니 여성의 대모 "Ibu Kartini" 가 한 그레이드 업그레이드 된 듯한 밀레니엄 Kartini "Ibu Ayu"에게서 오늘 또 크나 큰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도착할 때 환영의 의미로 준 전통 술 담그는 곳에 찾아가 보았다. 말 그대로 끌라빠 나무 같은 데서 열린 열매를 짜서 움막집에서 불을 때서 한 두 방울씩 담아내서 만드는 전통주인데 알코올 도수를 체크해 본 적이 없다 해서 내 입맛으로 측정한 결과 소주보단 약간 강하고 고량주보단 약해 25% 정도 된다고 알려 주었다.
오래된 이슬람 사원이 섬 안에 있어 방문하고 싶었으나 두 시간 넘게 가야 한다고 해서 섬에 2대 있다는 소형 차량 중에 한 대로 해안에 비포장 도로를 한 시간 걸려 돌아보았다.
달리는 모든 섬에 귀퉁이가 전부 관광지 개발이 되어도 될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백색 모래가 뒤덮인 해변도 눈에 들어왔다. 이 많은 관광 자원을 국가가 개발하긴 힘들겠지만 이 나라에 큰 기업들이 서로 나서서 각 섬에 관광 자원을 개발하면 좋으련만.
특히 이쪽 "Flores Timur"지역은 이슬람. 크리스찬. 카톨릭이 다툼 없이 잘 융합해서 사는 아름다운 지역이고 원주민과 포르투갈인에서 섞인 혼혈 등이 많아 충분한 관광지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물살이 거칠어지기 전에 서둘러 다시 배를 타고 'Laratuka'로 돌아와서 "Bukit Fatma" 라는 성당이 있는 곳을 방문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산 중턱 언덕길에 멋진 오픈형 성당이 지어져 있고 언덕길을 돌아 12개의 성소가 예수의 고난을 체험하도록 지어져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인도네시아 카톨릭 신자들에 방문이 끊이질 않는 곳이었다.
멀지 않은 곳 해변가에 천연 온천 지역을 방문해서 돌무덤 사이를 해치니 엄청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 난다. 바닷가 해변가에 산에서 내려오는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지는 해를 바라 보니 이 또한 또 하나의 천국이 아닌가 싶다.
이 지방 전통 음식인 아주아주 신 생선국으로 저녁을 때우고 Flores 커피로 마지막 밤을 아쉬워 하며 호텔에 돌아 왔다.
오늘 내가 출현하는 "CEO Forum"이라는 Metro TV 프로그램을 Flores Timur 작은 시골 숙소에서 시청하고 있는 내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하며 내일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잠을 청했지만 밖에서 들려 오는 파도 소리에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오늘도 어느새 운명이 되어 버린 그 넓고도 다양한 인도네시아의 또 한자락에서 만난 또 다른 새로운 내일을 개척하는 밀레니엄 Kartini "Ibu Ayu"가 Kartini처럼 짧은 생을 마감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랫동안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위해 봉사할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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