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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54) 롬복 , 재앙을 딛고 일어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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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508회 작성일 2018-09-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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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복 , 재앙을 딛고 일어서기를...
 
글과 사진 / 이강현  
 
 
우리 가족은 롬복을 참 좋아한다. 발리보다 번잡하지 않고 아직 자연 그대로인 아름다운 섬에 크고 작은 무슬림 사원이 동네마다 천연색색으로 꾸며져 있고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섬 어디서나 스노클링을 즐길수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섬이다.

이섬에 뜻하지 않게 재앙이 찾아 왔다.
지난 7월 29일 저녁에 진도 6.4 (진원 24km)의 최초 지진 발생 후 8월 5일 진도 6.9 추가 지진이 발생하여 현재까지 사망자 563명, 부상자 7,757명, 이재민 39만명, 8만개 가옥이 파손되었고 아직까지도 진도 4이상 여진이 30회 이상 발생하고 있다.
 


아시안 게임 준비와 진행이 한참이었던 때 이곳에서 시시각각 전해지는 소식들과 정부의 지원은 묻혀지고 여느때와 마찬 가지로 인니 전역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자연 재해의 하나로 인식되어지면서  점점 우리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

며칠 전 뉴스에선 벌써 롬복에 말라리아 환자가 공식 집계 1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 차원에서 신속한 대책이 우선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삼성 전자 인도네시아 법인이 자체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사전 준비를 마치고 지난 발리 화산 분출 때처럼 롬복 재난 주민들을 위한 지원 활동을 금주 일요일(9.16)부터 시작했다.
 
 
상담 금액의 지원금을 인니 적십자사를 통해 전달하고 가장 지진 피해가 큰 롬복 북부 지역 두군데 피해 지역에 ‘삼성 Care Center’ 를 2주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재민이 5천여명 거주 하는 2개의 임시 거주 지역에 무료 빨래방을 개설하여 이주민 빨래를 지원하고 "Dapur Samsung"을 운영해 이재민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며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무료서비스 점검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여느 때처럼 내가 직접 현장에 가서 실상을 파악해 보고 향후에 어떤 지원이 더 효과적인지 파악하고 또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자국 기업들의 동참을 호소할 목적으로 오늘 새벽 롬복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번 플로레스 봉사 활동을 다녀와서 뎅기열에 걸려 두 달 넘게 고생을 한데다 이번 롬복 지진 지역 방문은 말라리아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태여서 정말 내가 가야 하나 하는 소심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주위의 만류도 있었지만 결국 가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공항에서 이재민 거주지로 다가갈수록 도로 양쪽에는 참혹하게 무너져 내린 건물과 주택들이 즐비했고 군인들과 주민들이 나무 판자와 비닐로 천막을 치며 임시 거처할 곳들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중간중간 시골 장터가 들어서 생필품들을 사고파는 모습들이 예상보다 평온해 보였다.  
 
 
 
벌써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복구 상태가 이 정도밖에 안되었단 말인가...
 
정부에서 발표한 주택 전소시 5천만루피아 지급. 파손 상태에 따라 등급으로 구분되어 지원된다는 생활 지원 자금은 그 복잡한 절차로 아직 10%도 지급 되지 않았고, 심지어 재난 비용으로 지급된 도로 및 인프라 재건 자금조차도 지방 의회와 공무원들이 빼돌리기 꼼수를 부리는 바람에 지난 주엔 마따람 주민들의 강력 규탄 시위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재난 와중에도 자기 뱃속을 채우려는 일부 몰지각한 자들과 이때다 싶어 발전기부터 세멘트까지 필요 물품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하니 이 또한 고스란히 힘 없고 가난한 일반 국민들의 아픔만 더해질 뿐이었다.

공항에서 2시간 남짓 걸려 삼성 포스코에 도착하여 활동 중인 인력들을 독려하고 진심으로 이재민들에게 하루 빨리 다시 일어나시기를 기원드리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부상을 입은 몸으로 임시 천막에  누워 계신 분들도 뵙고 임시 기도소에서 이재민들과 같이 기도도 드렸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이 받은  트라우마를 치료해 주기 위한 프로그램에도 같이 앉아 따라 해 보기도 했다.
 
임시 주방에서 이재민을 위해 음식 장만 하는 곳에 들려 음식을 먹어 보았더니 동행한 기자가 여기 음식을 겁없이 먹느냐 묻길래 마음으로 장만한 음식이니 무탈할거라 대답했다. 
 
 
 
 
 
 
롬복 이재민들에게 바라는 마음을 표현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따라 고통스럽고 기약없는 이 생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도록 우리 모두 힘을 내어 노력하자는 메세지를 전달하며 왠지 미안함에 참았던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렇게 순수하고 맑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다섯번씩 기도하는 이 나라에,
왜 그토록 크고 작은 재앙이 끊이질 않는 걸까?
 
삼성 지원 활동을 2주보다 더 길게 연장해 달라는 이재민들의 요청이 들어온다. 비용을 줄여서라도 좀 더 오랫동안 이분들의 고통을 분담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다음엔 제발 이런 슬픈 방문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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