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62) 토바의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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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바의 어부
김현숙
흩날리는 안개 속
낡은 조각배 하나
첨벙 첨벙 아침을 깨우며
물가로 물가로
밤새 어둠에 떠밀린 삶의 올가미 걷어 올립니다
낡은 조각배 하나
첨벙 첨벙 아침을 깨우며
물가로 물가로
밤새 어둠에 떠밀린 삶의 올가미 걷어 올립니다
호수가 물멀미로 토해 낸
수초덩이
찌그러진 생수 병
찢어진 비닐봉지
목숨을 버린 피라미 몇 마리
수초덩이
찌그러진 생수 병
찢어진 비닐봉지
목숨을 버린 피라미 몇 마리
등이 새까맣게 여읜 노인은
토사물을 양동이에
물고기 마냥 쏟아 붓고
목구멍에 걸린 가래에
숨 깊은 기침을 합니다
토사물을 양동이에
물고기 마냥 쏟아 붓고
목구멍에 걸린 가래에
숨 깊은 기침을 합니다
멀리 산 그림자 위로
달아난 물결은 일렁이고
아침은 가깝고
하루는 빠릅니다
달아난 물결은 일렁이고
아침은 가깝고
하루는 빠릅니다
*** 시작노트
호수의 저 깊은 곳, 영겁의 세월 위로 지금도 먼지만큼의 시간이 쌓여갑니다.
일평생을 이곳에서 지내 온 노인은 아침마다 호수의 토사물을 정리합니다.
팔뚝만한 물고기가 튀어오르던 시절도 있었겠지요.
고래만한 물고기를 꿈 꾼적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의 나룻배는 오히려 주인의 이력보다 추레해 보입니다.
찰싹거리며 가장자리로 밀려오는 물결을 거스르는 노의 느린 가락이 가끔 마음을 헤집고 들어옵니다.
일평생을 이곳에서 지내 온 노인은 아침마다 호수의 토사물을 정리합니다.
팔뚝만한 물고기가 튀어오르던 시절도 있었겠지요.
고래만한 물고기를 꿈 꾼적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의 나룻배는 오히려 주인의 이력보다 추레해 보입니다.
찰싹거리며 가장자리로 밀려오는 물결을 거스르는 노의 느린 가락이 가끔 마음을 헤집고 들어옵니다.
(사진=조현영 /manzizak)
*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 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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