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섬 / 위험한 봄 > 인문∙창작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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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135) 섬 / 위험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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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7,609회 작성일 2020-04-15 15:06

본문

마타하리 
 
시.사진 박정자 
 
1
날 때부터 나는 그 섬의 주민이었다 마타하리
맨발로 새벽바다를 걷다보면 저만치
나무 사이로 햇살이, 잘 웃는 친구의 얼굴처럼
볼우물 한가득 장난기를 물고 달려왔다
 
2
섬청년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기타를 칠 때
배를 타고 오거나 떠나가는 외지 손님들은 손을
흔들었다, 그때 한 젊은이의 눈빛이 떨리고 있던 것을
누가 누가 보았을까
 
3
마타하리, 섬처럼 간결하게 삶의 동선을 
그리리라 꾸밈말 덜어낸 짧은 시를 쓰리라
잠시 여행이 아니라 날 때부터 그 섬의 주민이었다고 
내게 말하듯 가오리 한 마리 빙빙빙 발밑에서 돈다 
 
4
어떤 섬은 사라지고 어떤 섬은 태어나고 있었다
인도양을 밀고 당기면서, 검푸른 물결 속에서
 

 
******** 시작노트 /섬
20년은 족히 지난 듯하다. 마타하리 섬에 갔던 기억은 아련하고 따스하다. 새벽산책, 나뭇가지 사이로 벅차게 퍼지던 아침햇살, 저녁 무렵의 선홍빛 바람, 그리고 사람들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악사들의 낯선 음색 사이로 너무 맑아서 슬퍼보였던 한 젊은이의 눈빛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섬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보고 온 날은 가슴이 몹시 뛰었다. 요즈음, 내 몸이 내 마음이 바로 한 개의 섬이라는 의식이 점점 또렷해진다.  
 
 
위험한 봄 covid19
 
시.사진 박정자 
 
  진달래개나리산수유꽃망울터져산아래비탈까지문
열어반기는이봄마스크로얼굴가리고눈길멀리하는사
람의마을은지금겨울보다더깊은겨울
 
  위험한봄시린손마주비벼불지펴서장작처럼타오르
는사람의마을엔꽃보다아름다운꽃손에서손으로번지
는마음꽃마음꽃마음꽃들
 
  봄속추운봄을이겨내고있다진달래개나리산수유처
럼웃음꽃드높게펼치기위해도란도란사람의마을에봄
빛다시밝히기위해
 
 
******** 시작노트 /위험한 봄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 -헬렌 켈러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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