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명절 처음 맞는 국내 이슬람교도는 어떻게 지냈을까
본문
거리두기 지키며 참여한 희생제
7월 31일 오전 6시께 인천 한 호텔에서 열린 희생제 행사의 모습. [촬영 이상서]
7월 31일 오전 6시께 인천 한 호텔에서 열린 희생제 행사의 모습. [촬영 이상서]
희생제 참석한 400명 "이슬람 성원 아닌 곳에서 명절 치르긴 처음"
"인샬라(신의 뜻대로라는 의미의 아랍어 인사말). 앞사람과 간격을 벌리고 마스크를 착용해주세요."
지난달 31일 오전 6시께 인천 남동구의 한 호텔 정문에서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다.
무슬림 전통 의상인 '샬와르 카미즈'를 갖춰 입은 수십명이 줄지어 체온을 재고 방문록을 작성한 뒤 입장하는 모습이다.
이슬람교도의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를 치르기 위해 이 지역에 사는 파키스탄과 터키 등 무슬림 국가 출신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 구성원 등 300∼400명이 모인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터키 등 대부분 이슬람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희생제 기간에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했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무슬림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한국 무슬림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이태원 성원은 일찌감치 희생제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고, 예년처럼 성원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인천과 김포 등 다른 지역도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 좀 더 넓은 장소에서 치르기로 급하게 계획을 바꿨다.
특히 이슬람 신도가 전국에서 손꼽을 만큼 많은 인천에서는 넉넉한 예배 장소를 섭외하기가 힘들어 애를 먹었다고 한다. 결국 이날 행사는 시차를 두고 1, 2부로 나눠 진행됐다.
행사를 준비한 파키스탄 출신의 A(50·인천 부평구) 씨는 "성원에서 진행하는 것을 고집하는 신자도 있었지만 막판에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어서 장소를 옮겼다"며 "제3의 장소에서 희생제를 치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파키스탄 출신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B(16·중학교 3학년) 군은 "희생제에 버금가는 주요 명절인 '르바란'(이둘 피트리)이 5월까지만 해도 성원에서 열렸다"며 "당시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500∼600명이 모였는데 오늘은 코로나19가 염려돼 불참한 사람도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체온 측정을 하고 1부 행사에 참석한 100여명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내 기도를 마쳤다.
이런 모습을 염려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정문에서 안내를 도운 호텔 관계자는 "어제 지하에 연회홀을 쓰겠다고 신청이 들어와서 고민 끝에 허락했다"며 "이 지역에 무슬림이 워낙 많고, 이웃사촌인 이들에게는 중요한 행사이니까 서로 조심해서 진행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일선 경찰서의 외사과 관계자는 "방역 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하고, 행여나 생길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희생제가 열린 인천 연수구의 또 다른 장소의 상황도 비슷했다.
입구에서는 주최측이 맨얼굴로 온 참석자에게 마스크를 주고 들여보냈고, 악수 금지 등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입구에서는 주최측이 맨얼굴로 온 참석자에게 마스크를 주고 들여보냈고, 악수 금지 등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다만 협소한 공간에 100명에 이르는 신도가 몰리며 1m 이상 거리두기 수칙은 지켜지기 힘들어 보였다.
현장 점검차 들른 관할 구청 직원은 "오전 4시에 여기로 출근했다"며 "여분의 마스크와 손 소독제도 챙겨왔고, 영어로 번역한 방역 수칙도 배포했으며 행사를 마치고 나서 건물 전체 방역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종교 시설에 내려진 제한이 모두 해제되면서 모임을 막을 수는 없으니 조심해서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슬람교도들은 희생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리상 온라인 예배나 모임 취소 등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터키 출신의 한 무슬림 남성은 "오늘은 형편이 넉넉한 사람이 자신이 키우던 소나 양을 도축해서 나온 고기를 가난한 이웃과 친인척과 나누는 날"라며 "이런 취지에 따라 많은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고, 기도도 한 장소에서 동시에 올려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희생제에 참석한 무슬림 중 유일한 한국인인 C(50대) 씨는 "평소 흩어져 있던 형제를 만나 안부를 묻고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날"이라며 "평화로운 행사이니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전국 이슬람 성소를 총괄하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관계자는 "신도가 아닌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 수칙을 지키도록 공지했다"고 전했다.[연합뉴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