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나라' 인니에 태극혼 심는 태권사범 신승중 7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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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태권도원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태권도 품새국가대표팀. 두번째 줄 오른쪽에서 4번째가 신승중 감독)
"한국과는 많이 다른 기후와 환경 때문에 다소 힘들지만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선수 10명을 이끌고 지난달 17일 전지훈련차 무주 태권도원을 찾은 신승중(44·7단) 태권 사범은 다부진 체격이었지만 오랜 외국 생활 탓에 까무잡잡한 얼굴이었다.
2011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기원 파견사범 공채에 합격한 그는 이듬해 1월 낯선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인도네시아에 태권도가 들어온 지 40여 년이 넘었지만, 외국인 감독으로는 자신이 처음이었다.
인구 2억5천만명의 인도네시아에서 태권도는 수련생이 1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스포츠다.
"거긴 날씨도 덥고 규율이 심한 이슬람 국가라며 ..." 걱정에 찬 아내를 다독인 끝에 선택한 인도네시아행은 그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태권도장을 10여년 운영하고 국기원 국가대표시범단과 국제심판 등을 역임했지만, 외국 생활은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도착은 했지만, 처음에는 난감했습니다. 날씨는 아주 더운 데다 향신료 넣은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무척 고생했습니다".
그의 근무지는 자카르타에서 차로 40여분 걸리는 찌부부르란 도시의 인도네시아 태권도협회 산하 훈련센터.
대부분 대학 재학생들로 구성된 10여명의 품새 선수들은 한눈에 봐도 끈기와 패기가 많이 부족했다. 이슬람 국가로 낮에는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못하는 라마단(보통 6월중순∼7월 중순 한 달간) 기간에는 사실 훈련을 강요할 수 없는 등 상황도 좋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게 시급했다"는 그는 반년 넘게 그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한국인 특유의 패기와 열정 등을 이식하는데 온 정성을 쏟았다.
오전과 오후 각 2시간의 체력과 기술훈련에 이어 야간에는 일대일 면담과 특별훈련을 통해 그들의 정신력과 기술을 연마하는데 혼신을 다했다.
헌신과 노력은 반드시 결실을 가져온다는 속담처럼 그의 고된 훈련을 잘 따라준 선수들이 1년도 지나지 않아 각종 대회에서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2012년 태권도 품새 세계대학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서 딴 동메달은 인도네시아 역사상 첫 메달로 기록됐다. 이어 2013년 세계발리품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를 휩쓸었고 2014년 멕시코 세계품새대회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따더니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에서 남자 단체전 은메달, 남자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하는 큰 성과를 올렸다.
신 사범을 따라 한국에 온 주장 마울라나(24)는 "훈련이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많았지만 좋은 성적을 내면서 우리 모두 사범님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됐다"면서 신 사범을 향해 '뜨리마 까시(감사합니다란 뜻의 인도네시아 말)'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마울라나는 인도네시아 선수들도 이번 방한 기간 태권도원의 훌륭한 시설, 한국팀과의 합동훈련에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신 사범은 이제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태권도를 인도네시아의 대표 스포츠로 키우겠다는 야망을 세웠다.
"아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사람들도 순수하고 어른을 존경할 줄 안다"는 그는 "최근 이곳에 불고 있는 K-POP, 드라마, 영화 등 한류 바람과 함께 태권도의 혼을 이곳 국민에게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카르타시와 팔렘방시가 공동 주최하는 '2018년 아시안게임'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태권도 품새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품새종목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더욱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방문은 인도네시아 태권도협회와 한국 정부 간 주선을 해준 인도네시아 대사관과 한국문화원 측의 도움이 컸다고 그는 전했다.
신 사범은 "태권도의 열기를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한류 컨텐츠와 협업도 필요하다"면서 "한류 확산의 첨병 역할을 하는 한국문화원과의 협력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태권도의 위상을 한층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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