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빠진 도미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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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최근 투자했거나 투자를 계획 중인 기업 앞에는 어김없이 '인도네시아'가 붙는다. 아예 이 쪽으로 눈을 돌린 듯하다.
웬만한 대형 펀드들도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는 역외 투자에 과감히 승부수를 던지게 된 데는 그만한 계기와 결단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이 운용사의 투자 성향이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그로쓰캐피탈(Growth Capital) 투자에 특화된 하우스다. 메자닌 프로덕트(CB•BW•우선주 등)를 활용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방식을 선호한다. 그간 트랙레코드(투자 실적)를 살펴보면, 자동차 부품사 등 전통 제조업 비중이 압도적이다.
투자시 큰 욕심을 안부리고 안정성에 집중하는 점도 특징. LP(유한책임사원) 마케팅을 할 때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가장 강조하는 포인트가 "우리한테 투자하면 절대 손실은 보지 않는다"다. 순수 에퀴티가 아니라, 신용보강 등을 통해 최소 수익을 보장하는 메자닌 투자를 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I(전략적 투자자)와 손을 잡거나, 투자 대상 기업의 주식 및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들어가는 것도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즐겨쓰는 방법이다.
문제는 '소진'이다. LP들이 절대 돈을 잃지 않도록 하면서 주어진 자금을 목표한 만큼 소진하기엔 한국이란 나라가 너무 작다. 경제 규모는 날로 줄고 있고, 인구도 감소세다. 반면 유동성은 넘쳐난다. 오는 2040년이면 국민연금기금이 2500조 원에 육박할 거란 전망이 있다. 이를 정점으로 20년 안에 고갈된다고 하니, 앞으로 20~30년 간의 운용수익이 중요해졌다. 그 많은 돈을 국내 시장에 몰빵해 봐야 예상되는 시나리오라고는 '가격 버블→회수 실패' 정도다.
도미누스로서는 선택을 해야 했다. 비전통 산업으로 섹터를 갈아탈 것이냐, 밖으로 나갈 것이냐. 전자를 택하자니 요즘 뜬다 하는 IT, 바이오 업체들이 좀처럼 다운사이드를 인정하지 않는다. 어쩌다 자금이 필요하다는 기업을 찾아가 보면 터무니 없이 낮은 YTM(만기수익률)을 제시하기 일쑤다. 결국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국내에서 잘 모르는 섹터에 투자하느니, 산업은 고정시키고 지역을 넓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미누스 정도현 대표가 이런 고민을 한 게 벌써 3년 전이다. 이를 토대로 1년 넘게 동남아 신흥국 스터디를 했다.
각 국가의 내수시장 및 주식 유통시장 규모와 규제 등 정량적 지표, 현지 한인기업 라인업과 인맥 등 정성적 지표를 비교, 분석해 투자처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압축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를 보면서 전통 제조업(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주 타깃)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주식시장도 시가총액 450조 원가량으로 베트남(100조 원 미만)보다 커 엑시트(투자금 회수) 관점에서 유리해 보였다. 베트남 사람들은 손이 빠르지만 야심이 있어 이직이 잦고,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3대가 같은 공장에서 근무할 정도로 장기 근속자가 많아 오히려 같이 일하기 편하다는 현지 조언도 접했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인도네시아에서 작년에 1건, 올해 2건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총 600억 원 규모로, 현재 소유한 펀드 기준 20% 비중이다. 다음 펀드부터는 더욱 늘려갈 방침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 사무소 개설 작업도 진행 중이다. 뒤늦게 인도네시아 투자를 노리는 국내 PE들이 이제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를 찾아 노하우를 얻는다.
여기서 적어도 두 가지가 입증된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이 분야의 선도자 지위에 섰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운용 전략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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