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투자' KT&G, 문 정부 출범 때 전 소유주와 황급히 관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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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 474억에 잔여지분 인수…조세도피처 회사 소유주에 1460억
-전직 임원 “자산 평가 등 부실 진행”…KT&G “경영 갈등 탓, 문제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소유주에게 898억원을 주고 경영권을 취득한 KT&G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전 소유주의 잔여지분을 황급히 정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KT&G는 잔여지분 청산과정에서 최초 인수 당시와 마찬가지로 기업가치를 순자산보다 5배나 높게 책정했다. 이로써 KT&G가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둔 전 소유주에게 지급한 금액은 1460억원이 됐다.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KT&G는 2017년 3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전 소유주인 조코에게 474억원을 주고 지분 40%(386억원)와 또 다른 자회사 지분 33%(88억원)를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KT&G는 또 2017년 5월 조코가 보유하고 있던 트리삭티 전환사채(CB) 88억원을 인수함으로써 조코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KT&G는 잔여지분을 취득할 당시 트리삭티의 기업가치를 순자산(198억원)보다 5배 높은 1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조코에게 취득원가보다 5배 많은 897억원을 주고 지분 51%를 취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잔여지분의 가치를 5배 높게 평가해서 관계를 정리한 셈이다.
또 KT&G는 트리삭티 인수 당시 이중장부가 발견돼 조코가 책임져야 할 허위 재고(약 150억원)를 2016년 말 자회사에 대한 현물출자로 정리했다. 이에 따라 조코는 한 푼도 삭감 없이 KT&G로부터 주식매각에 따른 이익금 1460억원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었다.
KT&G의 한 전직 임원은 “2017년 초 회사가 조코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였으며 자산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실사작업도 장부 실사만 하는 등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KT&G 측은 “2016년 말부터 조코와 회사 경영방법을 놓고 갈등이 심해 지분을 정리한 것일 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뭔가를 숨기기 위해 관계를 정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KT&G 측은 또 “잔여지분 가치 평가는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2차례 엄격한 실사를 통해 이뤄졌고, 허위 재고를 현물출자 처리한 직원들도 나중에 결백이 밝혀져 면직에서 정직으로 징계가 감경됐다”고 했다.(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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