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에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광주에 연대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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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서 공연하는 디알리타 합창단 [자카르타=연합뉴스]
-인니 반공 대학살 피해자·유가족으로 구성된 '디알리타 합창단'
-광주인권상 특별상 수상…"광주서 노래 듣자마자 느낌이 왔다"
"광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듣자마자 느낌이 왔습니다. 그 뒤로 유튜브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 배웠습니다"
인도네시아 디알리타 합창단(Dialiata Choir)의 우치코와티 파우지아(67) 단장은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국대사관에서 공연하기 전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디알리타 합창단은 1965∼1966년 인도네시아 반공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피해 여성과 희생자 가족이 2011년 결성한 여성 합창단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어려운 생활을 하는 유족을 돕기 위해 기부금 마련 차원에서 노래하다가, 점차 이름을 알리면서 감옥에서 만들어진 노래를 무대 위로 올렸다.
파우지아 단장은 디알리타 합창단을 대표해 지난달 광주를 방문, 5·18기념재단으로부터 광주인권상 특별상을 받았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란 노래를 광주에서 여러 차례 들었는데, 가사는 모르지만,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며 "광주 민주화를 위해 싸운 분들에게 연대의식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노래를 연습했다"고 말했다.
디알리타 합창단원 22명 중 16명이 이날 한국대사관에서 개최한 '광주인권상 특별상 수상 기념' 행사에 참석, '희망의 인사'라는 노래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한국어로 불렀다.
파우지아 단장은 "광주를 떠나기 전 한국분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겠다고 약속했다"며 "영어 가사를 보고 이 노래의 가사도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에 가보니 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의 인권이 회복된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그분들은 이긴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아직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투쟁할 것이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반공 대학살은 군부가 공산주의자 등으로 간주한 민간인 50만명 이상을 살해한 사건으로, 20세기 최악의 대학살 중 하나로 꼽힌다.
합창단 단원인 우타티(75) 할머니의 경우 '민족 청년'이라는 이름의 단체에서 예술 활동을 하다 21세에 투옥돼 11년을 보냈다. 우타티 할머니는 "갑자기 집에 군인이 와서 사흘만 조사하면 된다더니 11년 동안 풀려나지 못했다"며 "감옥이라는 말조차 무서워 우리끼리는 '기숙사'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그 안에서 죽지 않고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다"며 "연필도 없어서 숯으로 빵 봉지나 벽에 가사를 쓰면서 그렇게 견뎠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파우지아 단장의 경우 어머니는 7년간, 아버지는 15년간 각각 투옥생활을 하는 바람에 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어린 시절 생활했다.
파우지아 단장은 "인도네시아 국가사무처에서 발간한 백서에는 5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적혀 있으나 정부가 아직 이 사건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며 "우리 합창단이 계속해서 활동하면서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친구들이 우리의 노래를 듣고 이 사건에 대해 궁금해하고, 찾아보길 바란다"며 "우리는 노래를 통해 우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김창범 대사는 축사를 통해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를 향한 힘든 여정을 걸어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이 모든 것의 뒤에는 강인한 여성의 기여와 역할이 있었다"며 합창단에게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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