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이 딱 맞게"…인니 거주 한인 목수의 이유 있는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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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사회부 산하 직업학교 목공실습소[자카르타=연합뉴스]
-손무길 씨, 4년째 자카르타 직업학교서 가구 제작 수업
"제 꿈은 훌륭한 뚜깡 까유(목수)가 되는 거예요."
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회부 산하 직업학교 목공실습소에서 만난 인드라(18)군은 자신이 만든 모금함을 보여주며 수줍게 웃었다.
정규 학교에 다니지 못할 형편의 인도네시아 10대 청소년들이 이 학교에서 1년간 합숙하며 직업훈련을 받는다.
길에서 구걸하다 온 아이도 있고, 다른 보호기관에서 온 비행 청소년도 있다.
자동차 정비와 미용 등 총 9개 과목 중 가구·컴퓨터·요리 등 3개 과목을 한국 NGO 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ADRF)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교육한다.
가구 과목을 가르치는 한국인 목수 손무길(38) 씨는 3년 전 '운명'처럼 자카르타에 왔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해운회사에 다녔던 손씨는 한 달에 열흘은 돈 벌고, 나머지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일당 높은 직업을 찾다 가구 만드는 목수가 됐다.
그가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차린 가구공방에는 직장인과 은퇴자 등이 가구 제작을 배우러 몰려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ADRF 직원이 공방을 찾아와 "자카르타에서 가구 수업을 하려면 어떤 기계가 필요하냐"고 조언을 구했다. ADRF 사무실이 바로 공방 옆이었다.
가구 교육에 필요한 계획을 상세히 짜주던 손씨에게 ADRF 측은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고 권했다.
그런 인연으로 2016년 3월 자카르타에 온 손씨는 지금까지 40명이 넘는 학생을 졸업시켰고, 졸업생 가운데 90%가 가구회사 등에 취업했다.
손씨는 "학생은 꾸준히 들어오는데 3개월을 넘기는 학생은 30%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1년 동안 끈기 있게 배운 학생들은 취업하고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가구 수업 정원은 16명인데 현재 총원은 9명이다. 나이도 15살부터 20살까지 들쭉날쭉하다.
가구를 제작하려면 정확한 재단이 중요한데, 밀리미터와 센티미터, 미터 단위 변환을 못 하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손씨는 "자립을 목적으로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춘다. 문짝 수요가 많다고 해 작년부터 문짝 제작 실습을 수업에 포함했다"며 "여기서는 기술이 있으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 중에서도 목공예가 인도네시아에서 경쟁력 있는 것은 열대우림으로 인해 목재가 워낙 싸고, 인건비 또한 싸기 때문이다.
수제작 원목 도마의 경우 손이 많이 가서 한 사람이 하루에 2∼3개만 만들 수 있다.
손씨는 "한국에서 도마를 만들면 인건비가 비싸서 개당 단가를 10만원 넘게 받아야 할 것이지만 여기서는 인건비도, 재료비도 1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가 '가구의 나라'로 불리지만, 고급기술을 가진 목수는 수가 적고 통상 가구의 마감이 거칠다. 5성급 호텔에 가도 서랍장의 문이 잘 안 맞는다.
그래서 손씨는 학생들에게 "꼼꼼하게, 조금의 빈틈도 없이 딱 맞게 만들라"고 귀에 못이 박이게 가르친다.
완벽하게 만든 원목 가구는 100년 이상 대를 이어 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이왕에 만드는 것, 처음부터 딱 맞게 만들라"고 한국 마인드를 심어준다.
손씨가 속한 ADRF는 직업훈련에 그치지 않고 '리바치'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컴퓨터 학과 졸업생 3명과 가구학과 졸업생 4명을 채용해 30만원 상당 월급을 주고 있다.
컴퓨터 학과 졸업생들은 중고 컴퓨터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하고, 가구학과 졸업생들은 수제 도마 200여개를 만들어 한국 펀딩 사이트에서 완판하고 최근에는 데크체어를 제작 중이다.
손씨의 최종 목표는 한국으로 잘 떠나는 것이다. 그는 "3년이 지났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내가 없어도 현지 강사들이 학생들에게 가구 제작 수업을 잘하고, 사회적기업이 잘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4년째 자카르타 직업학교서 가구 수업하는 손무길 목수[자카르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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