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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소식 "아세안 공동체는 만약(If)의 문제가 아닌, 언제(When)의 문제” 대사관∙정부기관 편집부 2016-01-2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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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딧야(Aditya)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역내 국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까 두렵다. 나무도 잘 가꾸되 우리가 지금 어느 숲에 있는지를 알아야 할 그런 시점이 왔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10개국을 한 묶음으로 보는 ‘아세안 전략’을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수립해야 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지난해 12월 31일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를 출범시켰다. 아세안 공동체의 회원국은 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아세안 10개국이다.
 
아세안 공동체의 총인구는 6억3천만 명으로 세계 3위, 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기준 2조 7천억 달러로 세계 7위다. 아세안 공동체의 목표는 앞으로 회원국 간의 각종 장벽을 허무는 단일 시장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회원국 간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25도 채택했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망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특히 아세안 공동체가 경제 통합을 우선적으로 성공시킬 경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세안 공동체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하면서 GDP 6조6천억 달러로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ADB는 또 아세안 공동체가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로서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떠오른 아세안 공동체 중에서도 2억 5,000만 명의 인구를 거느린 인도네시아는 ‘맏형’으로 불리며 핵심 국가로 부상하리란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8,960억 달러로 세계 16위에 달한다.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아세안 유망국에 발 딛고 살아가는 주 인도네시아 한인들은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세안 통합에 따른 기회를 보고도 놓치지 않도록 지금 인도네시아를 넘어서 아세안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에 자카르타경제신문 기자는 우리 외교가에서 ‘아세안 전문가’로 손꼽히는 서정인 주 아세안 대표부 대사를 찾아가 ‘아세안 공동체’ 출범의 의미를 물었다.
 
Q.지난해 12월 31아세안 공동체가 출범하면 변화가 있을 알았다. 그런데 크게 닿는 변화는 없는데.
 
아세안 공동체 출범은 종착역이 아닌 이정표(Milestone)로 바라봐야 한다. 마라톤에 비유하면 반환점을 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세안 사무국은 측은 ‘진행형(Work in progress)’으로 바라봐야한다고 언급했다.
 
가령 사람의 인생에 빗대어 보자면 태생, 입학, 졸업, 결혼 등 인생의 중대한 이정표가 있을 텐데, 2015년 12월 31일 아세안 공동체가 출범한 일은 이러한 사건에 견줄 정도로 기념비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Q. 아세안 공동체를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지난달 31일 출범한 아세안 공동체는∆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세 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아세안 공동체의 중심축은 단일 생산을 목표로 하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세안은 경제 통합을 위해 4대 중장기 목표와 5대 원칙을 설정했다. 4대 중장기 목표는 ∆단일생산 및 생산기지 구축 ∆경쟁력 높은 경제지대 ∆균형적 경제 발전 ∆세계 경제와의 통합이다. 5대 원칙은 상품, 서비스, 투자, 숙련인력,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다.  
 
 
Q.중대한 마일스톤이라면 지금까지 아세안은 얼마나 해왔나
 
아세안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67년으로 벌써 반 세기 정도가 지났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온 것은 2007년  ‘AEC 블루프린트’를 채택한 시점으로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AEC 블루프린트에는 역내 경제 통합을 위한 506개 조치가 명시돼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경제 협력을 진행해 왔다.
 
아세안 사무국이 2015년 10월 말 자체적으로 평가를 해보니 블루프린트 조치의 92.7%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90점을 넘으면 보통 A학점을 받지 않나. 아세안 자체 점수에 따르면 A학점이라고 할 수 있다.
 
거시적 지표에 따르면 2007년 출범 당시 1.3조 달러였던 GDP는 7년 새 2.6조 달러로 껑충 뛰어올랐고, 같은 기간 1인당 GDP는 2,343 달러에서 4,135달러로 76%나 상승했다. 투자는 2007년 당시 850억 달러에서 7년새 1,360억으로 증가했으며 전세계 외국인 직접 투자(FDI)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에서 11%로 증가했다. 또, 아세안 투자국 2위가 바로 아세안이다. 회원국끼리 서로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정도면 통합의 효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Q.아세안 공동체가 12 31일에 출범한 이유가 궁금하다
 
1997년 금융위기 당시 ‘아세안 공동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며 이때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20’을 채택하게 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0년에 아세안 공동체가 출범하기로 되어있었지만, 2007년 대외적으로 투자 매력 지역임을 보여주기 위해 5년을 앞당기게 된 것이다.
 
또, 계획대로라면 2015년 1월 1일에 아세안 공동체 출범이 이뤄졌어야 하지만, 갑자기 5년을 앞당기다 보니까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것 아닌가. 그래서 2014년 미얀마 정상회의 때 2015년 12월 31일로 출범 일정을 재조정하게 되었다. 사실상 1년을 미룬 것이다.
 
 
Q. 실질적인 아세안 경제 공동체는 언제 완성될 것으로 보는가
 
당초 계획했던 연도인 2020년에서 2025년으로 예상한다. 유수 기관들은 2030년도까지 이야기한다. 지금까지는 단일 시장을 지향하며 기본 플랫폼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앞으로 10년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Q. 아세안 공동체는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축인데 유독 경제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 공동체를 촉매제 역할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정치 공동체는 ‘평화·안전’을, 경제 공동체는 ‘번영’을, 사회·문화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 있으며 세 개의 축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다.
 
Q. 아세안 10개국이 하나의 공동체가 있었던 공감대는 무엇이었나
 
아세안 10개국을 들여다보면 참 각양각색이다. 정치 체제도 그렇고 종교, 언어, 문화도 다 비슷한 것 같아도 다 다르다. 이렇게나 다양한 아세안 10개국이 하나로 합쳐진 계기는 92년도 당시 ‘인도차이나 반도의 공산주의 확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본다. 당시 중국과 베트남이라는 외부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합했던 것이 아세안의 시작이었다. 그 후에는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아세안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각 시대적 과제와 도전이라는 외부적인 영향이 아세안 공동체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Q. 그렇다면 공동체를 지속하게 하는 내부적인 요인은
 
아세안의 모토는 ‘다양성 속의 통일(unity in diversity)’이다. 다양하기 때문에 안되는 것이 아니라 이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아세안의 방식이다. 싱가포르와 미얀마의 일 인당 GDP는 50~60배에 달하는데도 함께 갈 수 있는 이유는 다양성을 인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세안의 의사결정 방식은 서구권과는 구별된다. 인니어로는 무샤와라 무파깟(Musyawarah Mufakat)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강제가 아니라 상호 이해와 협의를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같은 방식은 공동 작업이 필수적인 자바 농경사회 구조와 더딘 근대국가 발전이라는 문화적·정치적 요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신생독립국으로서 국민국가 형성 과제를 안고 있던 ASEAN 회원국은 국가주권 보존을 중시하고 내정불간섭 원칙을 회원국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기본원칙으로 삼았다. 
 
일각에서는 의사결정이 너무 느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기는 하나 이러한 독특한 방식이 있기에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었다.
 
 
Q. 아세안 공동체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가능할까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좀 더 표준화 및 공식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08년에는 아세안 헌장을 제정하는 등 아세안 자체적으로도 이런 노력을 해 나가고 있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의사 결정법도 준비된 국가가 먼저 시작하고 나머지 국가는 나중에 시작하는 ‘아세안-X’ 형식 등으로 변모하고 있다.
 
 
Q. 아세안 공동체가 인도네시아 한인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아세안 공동체는 한인 기업에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AEC 출범 후 급격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재료 조달, 생산 공정 등을 인도네시아의 관점이 아니라 아세안 차원으로 시야를 넓여야 한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과 수마뜨라가 하나의 나라이듯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싱가포르 등 아세안 역내가 하나의 지역이 된다.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아세안 기업인 점을 이용하면 여타 나라에 진출이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부 자바에서 속눈썹 제조하는 A사는 한국의 기술력과 아세안 기업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태국,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날로 최저임금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섬유봉제 기업인 B사는 기업 환경이 더 좋은 아세안 국가로 이전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곳을 본 기지로 두고 아세안 역내 국가로의 진출을 준비하는 ‘+알파 전략’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Q. 아세안 국가 진출 기업보다 인도네시아 한인 기업들이 유리한 점이 있다면
 
일단 아세안사무국이 자카르타에 있고, 또 주 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도 자카르타에 있다. 유럽연합(EU)사무국이 있는 벨기에와 같이 자카르타도 소위 말하는 ‘아세안의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 인도네시아 한인 기업들은 이러한 ‘소프트 파워’를 이용할 수 있다.
 
아세안사무국(www.asean.org)과 ERIA(www.eria.org), 주 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 홈페이지(asean.mofa.go.kr) 등 각 기관 홈페이지에는 좋은 자료가 무수히 많다. 사업별로 관심 분야를 계속 주시하다 보면 기회가 보일 것이다. 
 
 
Q. 서정인 대사는 외교가에서 ‘아세안 전문가’유명한데
 
19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1등 서기관으로 아세안 업무를 시작했다. 경력의 상당 부분이 동남아시아였고 20여 년간 아세안을 집중적으로 본 것은 사실이다. 지금 제일 잘할 수 있는 곳에 와서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고 즐겁다. 지난 9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세월이 참 유수와 같았다.
20년 전쯤만 하더라도 아세안은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 변수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금은 아세안 대표부가 설립되는 등 우리 외교의 독립 변수가 되었다는 데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Q. 서정인 대사의 좌우명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 톨스토이 –
 
톨스토이 격언을 굉장히 좋아한다. 위 격언을 적은 수첩을 늘 속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지금 이 순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지금 만나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실천하려 노력한다. . 
 
우리는 늘 오늘보다는 내일, 지금 하는 일보다는 다음에 할 일, 지금 만나는 사람보다 다음에 만날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데, 지금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고하를 막론하고 누군가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Q. 아세안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지난해 8월 별세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자서전을 추천한다. 리콴유 전 총리가 국가를 건설해 나가는 일대기를 살펴보면 아세안 역내 10개국의 특징이 솔직담백하게 잘 나와 있다. 또, 영어 공부를 함께하고 싶은 독자라면 리콴유의 저서 ‘한 사람이 바라본 세계(One man’s view of the world)’를 읽어보는 것도 좋다.
 
 
Q.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세안 경제 공동체는 ‘If’의 문제가 아니라 ‘When’의 문제다. 우리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아세안을 전체 한 묶음으로 보고 아세안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는 그런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교민분들을 비롯한 우리 국민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주 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는 소위 말하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주 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는…
 
2012년 대한민국 정부는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아세안사무국이 위치한 자카르타에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주 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를 설치했다. 아세안 대표부는 한-아세안 협력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 한-메콩 협력사업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아세안 사무국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한국의 대아세안 외교를 전담하고 있고, 이에 각종 관련 회의체를 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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