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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소식 인도네시아의 여성 로빈 훗, 한국에서 활을 쏘다 대사관∙정부기관 편집부 2016-01-2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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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이었다. 소비에트 연방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인도네시아는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하고 불참을 선언한다. 인도네시아의 로빈 후드라는 별명을 가졌던 Donald Djanutas Pandiangan은 올림픽에 참가해서 양궁에서 메달을 회득할 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다. 그는 기자 회견을 통해 정부의 올림픽 불참 결정에 대한 반대의사를 피력한다. 다음 날 신문 및 방송에서는 그를 반국가적 인물이라고 비난하고, 그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한다. 
 
7년 후 인도네시아는 서울에서 개최되는 1988년 하계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한다. 인도네시아 양궁 팀도 참가하기로 했는데 당시 인도네시아 양궁팀에는 코치조차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인기가 별로 없던 양궁, 특히 여자 양궁팀 조직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인도네시아 체육부는 로빈후드란 별명으로 불렸던 Pandiangan을 기억해내고 그를 여자 양궁팀 코치로 임명한다. 그는 여자 궁수들을 선발하고 쉴틈 없이 맹훈련시킨다. 하지만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Pre-Olympic에서 인도네시아 여자 양궁팀이 보여준 실력은 형편 없었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 체육부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하는 양궁 팀에게 주는 훈련지원을 중단하고 다른 인기 있는 운동에 집중하기로 결정한다.
Pandiangan은 인도네시아 체육부를 필사적으로 설득하여 여자 양궁팀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게 한다.    
 
올림픽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여자 양궁팀은 예선에서 대한민국 및 미국 양궁팀에게 진다. 절망에 빠진 양궁팀을 위로하며 Pandiangan은 경기에서 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팀원들의 사기를 북돋워 준다. 우여곡절 끝에 예선을 힘겹게 통과한 그들은 결승전 본선에서 대한민국 팀에게 다시 패배한다.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은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그들은 결국 미국팀을 이기고 은메달 획득에 성공한다. 그리고 이 은메달은 인도네시아 스포츠 역사상 올림픽에서 따낸 첫 번째 메달로 기록된다. 
 
 
 
(사진 : 1988년 서울올림픽 인도네시아 여자양궁팀 은메달 시상식모습)
 
이것은 영화시나리오이다. 이 영화는‘3명의 궁수(3 Srikandi)’란 제목으로 금년 2월 중에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하지만 영화속의 로빈 훗 Pandiangan은 실존인물이고, 인도네시아 여자 양궁팀이 88 서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 은메달은 인도네시아가 올림픽에서 획득한 최초의 메달인 것도 사실이다. 당시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 여자양궁팀에게 패배를 안겨준 한국 여자 양궁팀은 ‘신궁’으로 불리며 “날아간 화살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김수녕이 펄 펄 날 때였다. ‘3명의 궁수’영화는 마치 우리 나라에서 개봉되었던 영화인 ‘국가대표’를 연상시킨다. 우리 나라에서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점프스키에서 국가대표로 얼떨결에 선발된 선수들이 악전고투를 벌이면서도 불굴의 스포츠정신을 보여준 영화였고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여자 양궁팀도 불굴의 스포츠 정신으로 은메달을 획득하며 당시 인도네시아 국민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사진 :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양궁팀의 은메달 획득을 대서특필하고 있는 당시 일간지 기사)
 
동 영화 제작사(MVP)가 관광공사 자카르타지사를 방문해서 한국에서의 촬영지원을 요청해 온 것이 2015년 8월이었다. 제작사는 인도네시아에서의 영화촬영을 거의 다 마치고 한국에서의 일부 촬영분만 남겨둔 상태였다. 영화시나리오를 면밀히 검토해보고는 영화 시나리오의 완성도에 매료되었다. 금전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보다 서울 모습을 담은 영상물 제공이나 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의 영상물 제공 등을 지원해 주는 쪽으로 결정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에서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영상물 제공에 관해 영화사 측에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제작사는 영화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마무리 편집작업 중에 있다.  
 
 
(사진 : ‘3명의 궁수’ 영화홍보 웹 포스터- 사진제공 MVP)
 
우리 대한민국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양정모 선수가 우리 체육사상 두 번째, 해방 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딸 때 온 나라가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불모지와 다름없더 스키점프에서의 노력을 그린 영화 ‘국가대표’가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예도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 또한 ‘3명의 궁수’ 영화를 통해 1988년 당시의 인도네시아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열광과 환호성을 분명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나오는 한국의 모습을 통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강화될 것이다. 영화를 통해 가지게 된 이러한 좋은 느낌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이 해외여행상품 구매시 한국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인지도 제고를 통한 한국관광 홍보를 위한 간접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체육측면에서 보자면 2018아시안 게임을 준비하는 인도네시아는 88올림픽에서의 영광을 되새기며 동남아 스포츠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해 문체부 2차관(김종) 방인시 양국 관계자가 한-인니 스포츠 협력을 중점적으로 논의하였고, 1월 27일에는 인도네시아 태권도협회와 한국 태권도진흥재단(태권도원)이 인니 국가대표 선수 전지훈련 지원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활발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에서 태권도, 양궁과 같은 종목에서 한국은 인도네시아 측에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양국이 함께 나란히 시상대에 올라 30년 전 88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하는 모습을 기대 한다. 아울러‘3명의 궁수’가 인도네시아에서 흥행에서 대박나길 기원한다. 
 
기고자 :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지사장 오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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