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소식 우리가 만든 해외법인, 중국보다 동남아에 많다 한인기업 편집부 2017-03-1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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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GS건설이 싱가포르 창이공항 인근에서 공사 중인 세계 최대 차량 기지 현장. 이 차량 기지는 1조7000억원짜리 프로젝트로, 완공하면 지하철 985량과 버스 815대가 드나들게 된다. (사진=GS건설)
GS건설, 싱가포르 창이공항 옆에 세계 최대규모 차량기지 건설 중
젊은 인구 많고 한류 통해 자카르타 롯데면세점 현지인 북적
동남아 건설 수주량은 중동 추월
젊은 인구 많고 한류 통해 자카르타 롯데면세점 현지인 북적
동남아 건설 수주량은 중동 추월
지난달 24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남서쪽으로 10분 정도 떨어진 48만㎡ 부지. 노란색 특수 장비 수십대가 분주히 돌아가며 축구장 120개 크기의 땅속에 콘크리트를 분사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곳곳을 거미줄처럼 엮는 지하철 3개 노선 985 차량과 버스 815대가 정비를 받고 정차할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 기지가 들어서는 곳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은 GS건설. 노재호 GS건설 싱가포르지역본부장은 “요즘 싱가포르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에는 도로와 지하철, 교량 등 토목 인프라 공사 물량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을 넘어 동남아에 주목하는 이유”고 했다.
지난달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레젤 홈쇼핑 스튜디오에서는 한국 화장품인 라네즈 마스크팩이 전파를 타고 있었다. 쇼호스트는 “한국에서 불티나는 상품”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김유경 레젤 홈쇼핑 팀장은 “인도네시아를 ‘제2의 중국’으로 보고 판로를 확보하려는 한국 중소기업의 문의가 끝이 없다”고 했다.
중국과 중동 등 기존 주력 시장을 넘어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몰려가고 있다. 기존 우리 기업들의 주 진출 국가였던 중국과 미국, 중동 등이 성장 한계와 포화 상태에 달하면서 그 대안으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10국(아세안) 시장이 떠오르는 것이다.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사드 관련 중국의 무역 보복이 시작되면서 동남아시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국내 기업 신설 법인 숫자가 중국보다 아세안이 더 많아
작년 기준 아세안 시장은 우리 수출에 있어 중국(1244억3294만달러)에 이은 제2 교역대상(753억1471만달러)이다. 경제규모도 만만찮아 국내총생산(GDP)은 약 2조7000억달러(약 3119조원)에 성장세도 빠르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도 작년 아세안에 새로 설립한 법인 개수와 투자액(1015개, 49억7640만달러)이 중국에 설립한 법인과 투자액(675개, 32억9939만달러)의 1.5배가 됐다.
대표 업종이 유통이다.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롯데 시내면세점은 한국 화장품을 사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롯데는 인도네시아에 2008년부터 진출해, 백화점 1개, 쇼핑몰 1개, 롯데마트 46개, 면세점 2곳(공항점 포함)을 운영 중이다. 조강우 자카르타 롯데면세점 매니저는 “인구와 중산층이 많은 인도네시아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싱가포르 번화가 오차드거리에 있는 SPC의 파리바게뜨에도 현지 손님이 가득했다. SPC는 현재 싱가포르에 5개 파리바게뜨 지점을 운영 중이다. 신수철 파리바게뜨 싱가포르 지사 팀장은 “특히 ‘코리아파워갈릭바게뜨’ 등 한국적 이름을 단 제품이 잘 나간다”며 “품질과 맛으로 승부하는 한국의 업체들이 동남아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유통 외 건설·유화 등도 아세안 러시
건설과 에너지 등 중후장대형 산업도 동남아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은 유가 하락으로 중동 발주 물량이 급감하자 ‘블루오션’으로 동남아를 바라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건설사가 아시아에서 수주한 금액은 126억7511만달러로 중동(106억9366만달러)에서 수주한 것보다 많다. 실제로 GS건설은 싱가포르에서 지하철 차량 기지 1개와 3개의 지하철 노선 공구, 1개의 오피스·레지던스 복합 건물을 공사 중이고, 현대건설은 말레이시아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베트남에서 지하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오피스·아파트 등을 짓고 있다. 삼성물산도 싱가포르 지하철, 말레이시아 초고층 건물 등을 공사 중이다. 이효은 GS건설 인도네시아 개발TF 팀장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재 37개 건설사가 70건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줄줄이 이어질 동남아의 인프라·주택·에너지 분야 공사에 국내 건설사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석유화학 기업의 투자도 활발하다. SK루브리컨츠는 2008년부터 인도네시아 두마이에서 제3윤활기유 공장을 운영 중이고, GS칼텍스 싱가포르 법인은 30년 전에 설립돼 원유 구매와 제품 수출입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아세안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높은 성장률(연간 5~6%) 외에 성장 잠재력도 높기 때문이다. 김준성 코트라 싱가포르무역관 부관장은 “아세안 10국에는 인구 6억3000만명이 살고, 이 중 60%가 35세 이하”라며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가 통하고 향후 중동 시장 공략의 전초 기지로 활용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이 주목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세안이 무조건 ‘기회의 땅’은 아니다. 국가마다 소비시장과 소비패턴이 다르고, 종교·언어·종족이 달라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점차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현지 업체를 활용하거나 현지 소득 수준에 맞는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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