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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소식 한*인니문화연구원 253회 문화탐방기∙∙∙ROEMAH DJAWA를 다녀와서 한인단체∙동호회 최고관리자 2014-07-1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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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가치를 느끼며
 
 
-문명에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다를 뿐이다-
(레비스트로스)
 
육중하고도 정교한 조각의 대문이 삐거덕 소리를 내며 열렸다. 인도네시아 자와의 전통가옥인 루마자와(Roemah Djawa)는 조글로(joglo) 양식으로 지어진 높은 천장을 가진 보물창고였다. 천정에서 바닥까지 늘어뜨려진 선명한 빛깔들의 휘장은 색동저고리를 입고 강강술래를 하며 축제를 즐겼던 원시의 역동성을 느끼게 했고, 그 아래 빛나는 귀품들은 아롱다롱한 회전목마의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싶을 만큼 놀라운 빛깔들의 각종 취옥과 자석영, 황옥과 금빛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수집품들은 아스맛 부족의 거친 고재 나무 조각과 오랜 세월에도 나무 특유의 자연스러운 광택을 잃지 않은 섬세한 조각들 사이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듯 숨어있었다. 오지연구가이자 여행가인 LEKSMONO SANTOSO 부부의 컬렉션 취향을 따라 이들 수집품들은 보라, 빨강, 노랑, 옥색의 다양한 빛깔의 벽에 느리거나 혹은 빠르게 속도를 달리하며 세워져 그 강약이 조화로이 배치되어 있었고, 시대를 달리하는 비비드한 칼라의 섬세한 패브릭 소품과 현대적 개성을 담은 소품과 어우러져 세련되게 가공되어진 페리도트처럼 빛났다. 42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루마자와는 비밀통로를 지나가듯 한 면의 휘황찬란함에 마음을 빼앗기면 이내 다른 쪽 문이 열리면서 또 다른 매력의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좁은 계단을 지나 문을 열면 또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기대 되는 거대한 보석상자 속에 풍덩 빠진 기분이었다.
 
그들 부부가 걸어 다녔을 그 오지의 험난한 길들과 이 귀한 것들에 응당한 대가를 치렀을 그 수고로움이 그대로 투영되어 보였다. 진귀한 수집품들은 현재에도 입고 사용되는 여러 생활용품과 자연스레 섞이고 배치되어 삶이 곧 예술과도 같은 응집체를 만들어 내었다.
 
 루마자와의 각 방 천장은 수집품들 특유의 양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바틱방에 이르러 나는 그 절정의 아름다움에 놀라웠다. 벽을 가득히 채운 바틱작품은 가지런한 진열대를 빼곡히 채우고도 넘쳐나 천장까지 덮고 있었는데, 그 조화로움이 예술이었다. 바틱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족히 1~2년은 소요 된다고 했다. 나는 점묘화를 감상하듯 바틱의 점 하나 하나가 어떻게 선을 이루고 그 선이 어떻게 문양을 만들고 휘돌아 나가며 하나의 면을 채우면서 작품을 완성 시키는지 세밀히 살펴보았다. 수공예 특유의 촉촉한 기운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문양을 찍고 촛농을 떨어뜨려 선별적 염색작업을 무한반복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그 각각의 점들은 어느 예술가의 슬픔과 기쁨이 교차 되었던 생활의 흔적이며, 노곤한 하루 하루를 태워나간 귀중한 결과물이었으리라.
 
나는 가끔 돈과의 교환가치에만 몰두하여 생산된 기계적인 육체노동으로 만들어진 수작업 상품을 보면서, 이것을 구입하면 오히려 저들을 더한 노동의 세계에 가둔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엔조마리의 '선의의 디자인' 철학을 깊이 동감한다. 육체적 노동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모두 만족 할 수 있는 디자인. 그의 디자인 철학과 작업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베풀고 공유하는 '어진 윤리'가 깔려 있다.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어서 보는 이 들로 하여금 감동을 주는 작품과 기계적 노동을 배제한 디자인 이 모두는 상반되는 가치 같지만, 나는 이들 둘 다 모두 인간의 본질을 중시하는 태도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 무엇이든 본인의 진심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은 동일하게 존중되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본연이 가진 가치를 존중하는 일이 우리들의 삶을 가장 풍요롭게 해준다는 익숙한 명제와 닿아있다.
 
나는 종종 귀족들이 사용하던 섬세한 조각의 다양한 물품에 감동도 하지만, 서민들이 사용했던 투박한 생활예술품들도 사랑한다. 서투르고 촌스럽지만 생활이라는 넓은 바다에서 캐어 올린 값진 것들에게서 나는 귀한 영감을 얻는다. 그리하여 나는 박물관의 진귀한 수집품과 동일한 가치로 이렇듯 일상의 생활과 뒤섞여 있는 개인박물관의 촌스러움에 깊이 빠진다. 생활 예술의 처음은 시시하고 서툰 것이지 않던가? 촌스러움은 고정화된 가치로부터 의문을 가지는 일이다. 자유롭고 관대한 상상력으로 생활에 가치와 기품을 부여하는 일. 그 자체가 삶이고 예술인 것에 대한 깊은 울림이 있다.
 
 우리는 구하기 힘든 희귀한 재료로 만들어진 귀한 음식을 먹을 때, 대단히 신기해하고 그 맛이 지닌 비밀을 캐듯이 음미 하면서 정크 푸드는 싸구려음식으로 평가절하 할 때가 있다. (세계의 모든 길거리 음식은 대단한 대중성과 상업성을 지녔다) 재료가 희귀하다고 더 맛있고, 흔하다고 맛없는 것이 아니다. 난 물건을 구입할 때 가끔 희귀한 것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일 때가 있다. 희귀한 모든 것이 좋은 것이 아니듯이 '흔한 것'의 본질적 가치를 평가절하 하기 싫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모던하고 쉬크한 콘셉트 작업을 하느라 회색과 검정의 모노톤을 집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느껴보며 명도를 정해야 하는 작업을 하면서 피로도가 느껴졌었다. 객관화된 세렴 됨은 어쩌면, 그렇고 그런 뻔한 작업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두렵다.
 
나는 오늘 루마자와 문화탐방을 하며 피로가 완전히 씻긴 느낌이다. 그 축제와 같은 알록달록한 색채를 보며, 무장해제된 자유를 느껴본다. 사용하는 색을 최소화 시켜 완성하는 작업을 하다가 거리를 나가면, 널브러진 나뭇가지와 담장을 넘어 나온 능소화 꽃들, 제멋대로 부는 바람들에게서 나는 산토리니 바닷가 마을의 부겐빌레아만큼 자유함의 위안을 받는다. 절제된 색상의 샘플을 찾다가 우연히 바람에 나부끼는 꽃무늬 천 조각은 나에게 활력소 같은 설렘을 준다.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것들을 살펴보면 상반되는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한 바탕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요즘 다시금 절절히 느낀다. 섬세하고 정교한 예술은 단순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최고의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것이고, 단순함은 다양성을 제대로 이해 할 때 가질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본 이리안자야 아스맛 원시조각은 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조각이다. 전쟁에서 사용되어지는 방패는 그 모습 그대로 집의 울타리와 장식의 역할도 해낸다. 죽음도 삶처럼 일상으로 맞닥뜨려진,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항상 목숨을 내어 놓아야 했던 그 하루하루의 거친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우리는 우리 식대로 바쁘고 고단한 때가 있다. 나는 이때 이 방패를 보고 있으면 태고의 안식과 문명의 가치를 깨닫는다.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식의 도식- 에서 본질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내 작업도 객관적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루마자와의 또 다른 기억은 내게는 바틱 천장이다. 천장으로 모아진 빛이 바틱의 형형색색의 모양을 그대로 꽃가루로 만들어 아래로 뿌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기계적인 육체적 노동이 아니라 그 한 점 한 점 혼신을 다했을 그 진심이 꽃잎이 되어 내 마음에 각화 되었다. 이 날의 그 아름다운 꽃가루는 나로 하여금 앞으로 힘든 어느 하루에 또 다른 하나의 문턱을 지나가게 할 힘을 줄 것이다.
 
                                                   김 현미(연구원 열린강좌 수석팀장)
 
 
<ROEMAH  DJAWA> (021) 7591-3558 , Jl. Lebak Bulus III No.85 Z, Lebak Bulus, Cilandak, Jak. 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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